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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조건부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8월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참가자가 경찰이 세워 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법원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조건부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8월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참가자가 경찰이 세워 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법원이 보수단체의 집회를 또 허가했다. 다만 이번에는 조건부 허용이다. 개천절 ‘200대 차량집회’ 신고를 했던 보수단체가 소규모 차량집회를 서울 곳곳에서 열겠다고 밝히자 법원은 차량 9대가 참여하는 차량집회를 조건부 허가했다.FX시티

2일 경찰에 따르면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행동(새한국)은 오는 3일 개천절 서울 6개 구간에서 차량집회를 연다고 신고했다.

앞서 새한국은 개천절(3일) 오후 1~5시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지나는 코스로 200대 규모 차량 집회를 지난달 24일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 했다. 그러자 새한국은 서울행정법원에 집회금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9일 새한국이 낸 집행정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심각한 혼란과 위험을 야기할 우려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지난 8월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예로 들었다.

새한국 등 30개 보수성향 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새한국은 “양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1인 시위와 1인 차량 시위뿐”이라고 맞섰다.

이에 새한국 측은 소규모 차량집회를 열기로 계획을 바꿨다. 개천절 당일 서울 곳곳에서 9대 차량이 참여하는 차량집회를 하겠다는 것.

새한국은 ▲마포유수지주차장-서초소방서 10.3㎞ ▲사당공영주차장-고속터미널역(왕복) 11.1㎞ ▲도봉산역 주차장-강북구청 6.1㎞ ▲신설동역-왕십리역 7.8㎞ ▲강동 굽은다리역-강동 공영차고지 15.2㎞ ▲응암공영주차장-구파발 롯데몰(왕복) 9.5㎞ 등 6개 구간에 차량집회를 신고했다.

신고된 참여 인원은 각 9명이며 차량은 9대다. 새한국은 법원이 지난달 30일 ‘9대 규모 차량집회’를 허가한 판결을 근거로 삼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새한국 소속 A씨가 서울강동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차량 내 반드시 참가자 1인만 탑승할 것 ▲집회 도중 창문을 열거나 구호를 제창하지 않을 것 ▲긴급한 상황 외에는 하차하지 않을 것 등 9개 조건을 달아 집회를 허가했다.

새한국 관계자는 “행정법원이 내건 조건을 지킬 것”이라며 “지난달 26일에도 15대가 참석하겠다고 와서 일부를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이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통고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새한국 측은 경찰이 빨리 금지통고를 하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초반 트럼프 끼어들 때 “이게 토론이구나” 기대
물러설 기미 보이지 않자 뒤늦게 경각심 갖게 돼
트럼프 “2대1로 토론”..보수 “월리스, 바이든 편애”
“민주당원 월리스, 아마도 바이든 찍을 것”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자 첫 TV 토론 진행을 맡은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 [AP=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자 첫 TV 토론 진행을 맡은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 [AP=연합뉴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첫 TV 토론. 방송을 본 시청자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사람은 진행자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였다. 그는 30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토론이 “이렇게 궤도를 이탈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동행복권파워볼

월리스 앵커는 메릴랜드주 자택으로 돌아와 “자기 성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끔찍하게 놓친 기회”라며 잘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회 끝까지 진행을 방해할 걸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TV 토론 진행을 맡았을 때 겪어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초반 민주당 바이든 후보 답변에 끼어들 때는 “이게 토론이구나!” 생각하고 “오늘 대단하겠는걸”하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점점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리스는 “만약 내가 토론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궤도를 벗어날 상황이었다”면서도 “주도권을 한 번이라도 잡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0년 미국 대선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두 후보의 발언이 뒤엉켜 난장판이 되자 월리스 앵커는 “서로 방해하지 말라”고 첫 경고를 날린 데 이어 “제발 규칙을 지켜달라”, “이건 이 나라에 대한 봉사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결국 “신사분들,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소리치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네임드파워볼

하지만 이미 토론 후반부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월리스는 “뒤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초반뿐 아니라 전체 토론을 그렇게 끌고 가려는 전략이었는데 그걸 몰랐다. 알 수도 없었다”면서 뒤늦게 개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월리스가 너무 늦게 개입하는 바람에 토론 질서를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마이크를 끄는 방법으로라도 엄격하게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를 꺼도 바이든 후보 마이크로 소리가 들어갈 수 있고, 대통령 후보의 오디오 공급을 끊는 것은 파장이 더 클 수 있는 행위라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두 후보가 미국인 수천만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2020년 미국 대선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보수 진영은 월리스가 바이든을 너무 편애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보수 논객은 트위터에 월리스가 트럼프를 76번 제지하는 동안 바이든을 제지한 횟수는 15번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90여분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을 방해한 횟수는 71번으로, 바이든 후보(22번)보다 많았다.

바이든의 답변이 막혔을 때 월리스가 도와주고, 모호하게 답해도 추가로 압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보수 논객 휴 휴잇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당신 지지를 표명한 법 집행 당국 이름을 하나 대라’고 요구했을 때 바이든이 우물쭈물하자 월리스가 ‘그만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며 끊었다”고 주장했다.

휴잇은 “월리스가 바이든에게 생명줄을 던져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대 1로 싸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크루즈 의원은 “월리스가 바이든에게 투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30일 트위터에서 “2대1 구도는 놀랍지 않고, 재미있었다”고 썼다.

월리스는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 소속이지만, 민주당원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풀뿌리 선거에 참여해 보자는 실용적인 욕구에서 출발해 당적을 갖게 됐고,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모두 투표한다고 밝혔다.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TV 토론 첫 진행자로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EPA=연합뉴스]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TV 토론 첫 진행자로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EPA=연합뉴스]

올해 72세인 월리스는 5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보스턴글로브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10대 때인 1964년에 벌써 CBS 뉴스의 전설적인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 밑에서 인턴을 했다. 부친은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탐사보도 기자로 활약한 마이크 월리스 기자다.

NBC와 ABC 뉴스를 거쳐 2003년 폭스뉴스로 옮겼다. NBC에서 일요 시사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 폭스뉴스에서 ‘폭스뉴스 선데이’ 앵커를 맡아 주로 정부 관료와 정치인 인터뷰로 명성을 쌓았다. 대선 후보 TV 토론 진행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나는 프로다. 그런데 이런 일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결과에 실망했다. 나 스스로에게도,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서도 실망스럽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2차와 3차 TV토론 진행자로 낙점돼 준비 중인 스티브 스컬리 C-SPAN 기자와 NBC 뉴스 크리스틴 웰커 기자에게 “두 후보 중 어느 한 사람이든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 나보다 더 빨리 상황을 알아채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대선 토론을 주최하는 미국 대선 토론위원회(CDP)는 질서 있는 토론을 위해 2차, 3차 토론은 형식을 바꾸겠다면서 머지않아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탑승교가 있는 접현주기장에 서있다. [중앙포토]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탑승교가 있는 접현주기장에 서있다. [중앙포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 탑승구(게이트)를 나가서는 대기 중이던 셔틀버스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항에 도착해서 여객터미널까지 버스를 이용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비행기에 탑승 또는 도착 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걸 항공에서는 흔히 ‘리모트(Remote)’라고 부릅니다. ‘멀리 떨어진’ 정도의 의미를 지난 단어인데요. 실제로 이런 리모트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원격주기장’ 입니다.

탑승구를 나가면 탑승교(보딩 브릿지)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 곧바로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주기장은 ‘접현주기장’이라고 부릅니다. ‘탑승교 주기장’으로도 불립니다. 출발이든 도착이든 승객 입장에서는 사실 이 접현주기장이 훨씬 편하게 느껴질 텐데요.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타는 ‘리모트’
원격주기장과 터미널을 오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또 비행기 출입문과 연결된 스텝카(계단차)를 오르내리는 건 번거로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리모트’ 상황이 되면 공항이나 항공사에 항의하는 승객도 있다고 합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는 원격주기장. [에탄스포토 블로그 캡처]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는 원격주기장. [에탄스포토 블로그 캡처]

그럼 왜 여객기를 승객이 선호하는 ‘접현주기장’에 배정하지 않고 멀리 있는 ‘원격주기장’으로 가도록 할까요. 승객 입장에서는 어느 탑승구냐를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 주기장 배정에는 절차와 원칙이 있습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주기장 배정은 대한항공 등 국적사는 운항 하루 전에 하고, 외국항공사는 정기편은 한 달 전, 부정기편은 운항 하루 전에 하는데요. 계류장운영팀이 담당합니다. 이때 항공사가 제출해 국토교통부에서 승인받은 항공기 운항계획과 특별 요청 사항 등을 반영합니다.

주기장을 배정하는 우선순위는 첫째 3시간 이내 연결(턴어라운드, Turnaround) 편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승객을 내린 뒤 급유·기내식 탑재 등 지상조업과 승객 탑승을 마치고 곧바로 출발하는 항공편입니다. 그다음이 출발 편이고 세 번째가 도착 편입니다.


출·도착 연결 편, 주기장 우선 배정
박희태 인천공항 계류장운영팀장은 “여객기 한 대가 마냥 주기장을 차지하고 있으면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항공기 등급별로 사용시간을 정해뒀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항공기는 A380 같은 대형(F급)에서 B737 등 소형(C급), 그리고 경비행기(A급)까지 크기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뉘는데요.

기체가 큰 만큼 급유나 정리 등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등급이 높을수록 사용시간도 더 많이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출발 편의 경우 F급은 90분, E급 80분, C급은 60분이 기준입니다. 도착 후 출발까지 주기장을 연이어 사용하는 연결편은 C급이 2시간 25분이지만 F급은 3시간 40분이 제한시간입니다.

항공기가 주기장에 도착하면 급유 등 지상조업이 이뤄진다. [강갑생 기자]
항공기가 주기장에 도착하면 급유 등 지상조업이 이뤄진다. [강갑생 기자]


인천공항은 또 탑승구가 제1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제2 여객터미널로 나뉘어 있고 이를 이용하는 항공사들이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주기장 배정 역시 이를 따르는데요. 제1 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외항사, 원월드 소속 항공사, 그리고 제주항공과 진에어 일부가 이용합니다.

탑승동은 국적 및 외항사 중 저비용 항공사(LCC) 등이, 제2 터미널은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등 스카이팀 11개사가 우선 배정됩니다. 여기까지가 주기장 배정의 원칙입니다. 그럼 탑승교가 있는 접현주기장과 ‘리모트’를 하는 원격주기장으로 나누는 건 어떤 기준일까요.


정시 운항에 편수 많은 항공사 유리
인천공항의 ‘공항 운영 및 운영지원 규정’에 따르면 접현주기장은 정시운항률, 운항편수와 여객·항공사·지상조업의 편의 등을 고려해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특정 항공사의 운항편을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인천공항을 많이 이용하고, 지연 출발·도착이 적은 항공사가 유리합니다.

또 여러 이유로 회항하는 항공기는 여객 편의를 위해 접현주기장에 우선 배정하고, 장애인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도 접현주기장 배정을 요구하는 경우 먼저 반영한다고 하는데요.

인천공항은 탑승구가 3개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사진 인천공항]
인천공항은 탑승구가 3개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사진 인천공항]

반면 원격주기장은 탑승교 이용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항공기가 가게 되며, 비행기가 몰리는 첨두 시간(피크 타임)에는 주기장 운영에 연속해서 3차례 문제를 일으킨 항공사와 미리 정해놓은 순번의 항공사 등이 간다고 합니다. 인천공항에선 하루에 5~7편 정도가 원격주기장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사실 현장에서는 이런 기준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박희태 팀장은 “하루 전에 배정했던 주기장 계획이 당일 날 바뀌는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말합니다.


앞선 비행기 출발 늦어지면 리모트행
무엇보다 여객기들이 당초 예정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기도 하고, 접현주기장에 있는 비행기가 정비 또는 승객 미탑승 등의 이유로 출발이 계속 늦어지는 상황들이 수시로 생기기 때문인데요. 해당 주기장을 예약해놓은 여객기 입장에서는 오도 가도 못하며 피해를 입는 셈입니다.

피크타임에는 사용 가능한 탑승교 주기장이 모자라기 때문에 인근의 다른 게이트를 배정해주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결정은 기장이 하게 되는데요.

당초 배정받은 주기장이 20~30분 이내에 비워진다고 하면, 유도로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 오래 기다려야 할 상황이 되면 하는 수 없이 원격주기장으로 가기도 하는데요.

접현주기장에는 등급별 항공기가 정치해야할 위치가 정해져 있다. [사진 인천공항]
접현주기장에는 등급별 항공기가 정치해야할 위치가 정해져 있다. [사진 인천공항]


이렇게 계획에 없이 원격주기장으로 가게 되면 승객을 이동시킬 버스와 각종 조업 장비를 준비하느라 30분 정도 시간이 지체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장 입장에서는 조금 기다렸다가 접현주기장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탑승교 주기장별 사용 가능 항공기 달라
간혹 근처의 접현주기장은 비어있는데 원격주기장으로 가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도 사정이 있습니다. 접현주기장은 얼핏 다 같아 보이지만 주기장별로 사용 가능한 항공기 등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급유 등 각종 업무를 하기 위한 공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아무 비행기나 보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새로 출시된 항공기의 엔진과 탑승교 거리가 너무 가까워 안전거리(1.5m)를 맞추지 못해 주기장을 못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신형 비행기는 엔진과 탑승교 거리가 너무 가까워 안전문제 탓에 접현게이트를 못쓰기도 한다. [중앙포토]
신형 비행기는 엔진과 탑승교 거리가 너무 가까워 안전문제 탓에 접현게이트를 못쓰기도 한다. [중앙포토]


또 한가지는 지상조업사가 다른 경우입니다. 지상조업은 급유와 수하물 운반·탑재 등 비행기 출발과 도착 때 필요한 작업 등을 말합니다. 인천공항에는 모두 6개의 지상조업사가 각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인데요.

박희태 팀장은 “조업사 마다 사용하는 장비의 종류와 연식이 다르다”며 “항공사가 바뀌면 이들 장비로 지상조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조업사가 다른 경우 접현주기장이 비어있어도 배정할 수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여러 원칙과 기준, 그리고 어려운 현장 여건을 거론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돌발 상황과 변수가 생긴다는 게 인천공항 얘기입니다. 김포공항을 비롯한 다른 공항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승객 입장에서는 리모트가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이해하면 어떨가 싶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경기 부양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및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명을 다한 발전기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료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태양광·풍력 발전 용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데, 선제적인 폐기물 처리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의 초기 에너지 전환 정책은 설치가 비교적 쉬운 태양광 발전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산지 태양광 설치에 따른 환경 파괴,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 유발 등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최근 정부 에너지 정책은 풍력 발전 확대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015760)과 그 발전 자회사,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뿐 아니라 두산과 SK,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발전 계열사들도 풍력 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풍력 발전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역할을 마친 풍력 발전기 날개 구조물, 이른바 블레이드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와오밍주 캐스퍼에는 약 90m에 이르는 폐(廢)블레이드를 3조각으로 분해해 매립하는 부지가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1990년대 풍력 발전 용량을 대폭 확대한 미국에서는 최근 수명을 다한 블레이드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만 한 해 8000여개의 블레이드가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 터빈 블레이드의 주 재료는 유리섬유이고, 에폭시, 폴리에스테르 등 화학 소재도 사용된다.

문제는 이 거대한 폐기물을 땅에 묻는 것 말고는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소각해 폐기물 처리에 나서고 있지만, 연소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해 환경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블레이드 소재를 재활용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높은 처리 비용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는 실정이다.

풍력 발전 터빈은 발전기의 특성상 바람이 강한 지역에 설치해 전력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파쇄되지 않도록 만들어진다. 미국 텍사스에 있는 기업 글로벌파이버글라스솔루션이 폐블레이드를 분해해 소재인 유리섬유 알갱이를 건축 자재로 재활용하는 사업에 나서는 정도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처음부터 블레이드를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발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기업과 대기업을 독려해 해상풍력 발전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풍력 발전기의 수명이 다하는 20~25년 후에 폐기물이 대거 쏟아질 것”이라며 “풍력 발전기를 확대하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한 공론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보내기] 고향 가고 싶은 응우웬반수, 일자리 찾는 두엉, 엄마 돕는 가을이

[고기복 기자]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 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트로트 열풍이 아니라도 해마다 명절이면 ‘꿈에 본 내 고향’을 노래하는 건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이후 실향민 못지않게 꿈에 본 내 고향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14년. 응우웬반수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하여 한국에서 보낸 세월입니다. 처음 고용허가제 근로계약 3년 만기 후 출국했다가 한국어시험을 보고 두 번째 입국했습니다. 재입국 후 근로계약이 만기됐을 때 사측에서 성실근로자로 추천하여 4년 10개월을 더 일했습니다. 일하던 공장에 같은 연배인 동향 친구가 있어서 서로 의지하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일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할 즈음 응우웬반수는 친구와 함께 귀국을 목적으로 같은 날 퇴사했습니다. 그런데 귀국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한국발 국제선 착륙을 불허한다는 베트남 정부의 발표는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잠시 머물려던 계획은 반년을 넘기고…졸지에 출국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된 응우웬반수는 친구와 함께 입국 금지가 풀릴 때까지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잠시 머물려던 계획은 벌써 반년이 넘고 말았습니다. 조만간 귀국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한국발 항공편 입국 금지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귀국 희망자가 넘치는 관계로 국적 항공사가 뜰 때마다 항공권 좌석을 추첨으로 배정하던 주한베트남대사관으로부터 9월 중순에 출국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응우웬반수의 귀국 가방.
ⓒ 고기복

행여나 추석 전에 출국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항공권 배정을 같이 기다리던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잠시였습니다. 출국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항공권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탓이었습니다. 

“대사관에서 나이 많은 사람과 아픈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나머지는 추첨해서 보내요. 급하게 귀국해야 할 사람이 생겨서 그런 건지 항공편이 결항된 건지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출국하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응우웬반수는 지난 3월에 항공권이 취소되었을 때만 해도 마음 편하게 며칠 쉬면서 기다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4월이 되어서도 국제선 운항 재개 소식이 들리지 않자 당장 생활비라도 벌어야 할 형편이 되었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출국에 앞서 가족에게 송금하고 공항에서 선물 사려고 남겨두었던 돈이 바닥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응우웬반수는 친구와 함께 예전 일했던 회사에 출국 일정이 잡힐 때까지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에서는 근로계약이 끝난 사람을 고용했다가 단속에 걸리면 양측 다 손해라면서 거절했습니다.

곧 귀국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고문으로 버틴 6개월 동안 응우웬반수는 일당제 노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체류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출국 유예를 받긴 했지만, 취업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농촌 계절노동자 신청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이후 입국제한으로 이주노동자 확보가 힘든 농어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취업기간 만료 후 항공편 중단 등으로 출국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을 계절노동자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절노동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2020년 4월 14일~8월 31일 사이에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출국 유예를 받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응우웬반수는 체류기간 만료일이 3월이라 신청 대상이 안 됩니다. 응우웬반수와 그 친구는 자신들처럼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일도 못 하게 하는 한국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합니다.

반년 넘게 발이 묶인 응우웬반수를 견디게 한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5년 전에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있던 고향 여자를 만나 결혼했고, 곧바로 아이가 생겼습니다. 출산하고 귀국한 부인은 하노이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주노동 경험을 살려 한국어강사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응우웬반수는 “베트남에선 추석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줘요”라며 추석에 귀국하지 못하는 신세를 못내 한탄하고 있습니다. ‘꿈에 본 내 고향’은 북을 고향으로 둔 실향민만이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출국하고 싶어도 못하는 응우웬반수의 노래가 되었고, 코리안 드림은 악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도 추석 앞두고 베트남행 항로가 열렸다는 소식에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일손 없다는 사장님, 갑자기 밥값 달라고 하네요

“빈자리 없는데요.”
“알았어요. 있다가 갈게요.”
“……”자리가 없다는데, 눌러앉을 기세입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더니 며칠 눌러앉을 작정을 했는지 누군가와 채팅을 합니다. 예전에 이주노동자 쉼터를 이용했던 사람 소개로 왔다는데, 마치 오래 있었던 사람처럼 낯가림이 없고 서글서글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용 인원 제한을 하는 이주노동자 쉼터를 찾은 두엉은 자리가 없다는 데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무슨 일을 했었고,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으며, 왜 쉼터에 왔는지 조잘조잘 이야기합니다. 심각한 이야기도 별일 아닌 듯이 이야기하는 두엉은 캄보디아에서 온 농업 이주노동자입니다.

▲  두엉이 일했던 농장.
ⓒ 고기복

“하우스에서 일했어요. 시금치, 청경채, 부추, 상추… 야채 다 했어요. 많이 했어요.”
“어딜 가나 환영받았겠네요.”
“네? 뭐요? 환영?”
“일 잘하니까 사장님이 좋아하시겠다고요. 그런데 왜 농장 그만뒀어요?”
“사장님 돈 없어요. 계속 일하라고 해요.”
“월급 안 줘요?”
“아뇨, 쪼끔. 호호.”
“아, 네. 월급 다 못 주니까 사장님이 그냥 나가라고 해요?”
“아니요. 밥값, 집값 주라고 해요. 저도 돈 없어요. 호호호.”

지난 8월 태풍 때 비닐하우스 파손으로 일이 없어지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두엉은 퇴직하겠다고 했지만 농장주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만두겠다는 말에 사장은 역정을 내며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했던 밥값, 집값을 요구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숙식비 공제이라고 돼 있으니 밀린 월급보다 돌려받을 돈이 많다는 게 농장주 주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숙박비를 공제하지 않았다면 농장주가 선의를 베푼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고용안정과 사원 복지를 위해 무료로 제공했던 비용은 법적으로 따져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농장주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만두려면 돈 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이주노동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재직 중인 이주노동자 이직을 허락할 경우 다음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두엉이 농장주 형편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 벌러 왔는데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시간을 축낼 수 없는 노릇입니다. 두엉은 농장주의 억지를 뒤로하고 이번 추석에 음성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같이 입국한 고향 친구는 농촌식당을 운영하는 농장주가 사람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게요?”
“아니요. 친구하고 맛있는 거 먹으려고요. 호호.”

두엉은 실직 중인데도 꿋꿋하고 참 밝습니다. 구직 활동보다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나 맛있는 걸 먹겠다는 말은 어쩌면 외로움이 가득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 보면 그나마 덜해질 테니까요.다른 사람 일에 바쁜 엄마, 추석에는 제발…

▲  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나들이.
ⓒ 고기복

“추석 때 뭐해요?”
“엄마가 말 안 해요.”
“아니, 가을이 뭐하냐고?”
“엄마랑 있을 거예요.”

올해 중학생이 된 가을이는 엄마를 졸졸 쫓아다니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엄마를 귀찮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인 엄마는 이십 년 가까이 한국에 살았지만 한국어가 여전히 어색합니다. 엄마는 주위에 필리핀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말이 서툰데도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는 직장 일이 없을 때도 늘 바쁩니다. 그럴 때마다 가을이는 엄마 곁에서 통역을 자처합니다. 놀이동산이 코앞에 있지만 갈 엄두를 못 내는 이유입니다.

가을 부모님은 둘 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결혼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출산이 어려울 거라 했지만 부모님은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보란 듯이 가을이가 태어났습니다. 작년 겨울에 아빠는 중학생이 되면 공부 때문에 외가에 갈 시간도 없을 거라면서 엄마와 필리핀에 갔다 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던 아빠가 크리스마스 때 조경 작업을 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을이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탓도 있지만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자 하는 기대를 접었습니다. 대신 엄마 걱정에 가슴을 졸입니다. 엄마는 실직과 임금체불 등으로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도움을 청할 때마다 나섰다가 한국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도와달라는 사람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라는 엄마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말도 잘 하지 못하면서 나서는 엄마를 보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이번 추석에 전셋집을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둘이 살기에 적당한 집을 찾아본다는 핑계지만 가을이 엄마 속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아빠 돌아가시고 썰렁한 집이 싫다는 엄마는 허전한 마음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필리핀 공동체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그 사람들이 털어놓는 하소연에 귀 기울이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까닭에 엄마는 이번 추석에도 언제나처럼 바쁠 겁니다. 가을은 외치고 싶습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 일에 바빠도 이번 추석에는 제발…….”

어른스럽긴 해도 아직은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은 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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